은행 '뱅크런' 사태 발생 시 내 예금은 어떻게 찾나요?
실리콘밸리에서 갑자기 '뱅크런(bank run)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뱅크런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은행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를 말하는데요. 은행이 대출해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한 곳에서 큰 손실을 입어 고객들이 맡긴 돈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할 때 고객들이 혹시 은행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마음에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한 돈을 현금화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은행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요. 은행이라고 무한정으로 현금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예금 인출 요구가 이어지면 고객이 원하는 인출액을 다 줄 수 없어집니다. 따라서 해당 은행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부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1차적으로 해당 은행이 문을 닫게 되고요. 다음으로는 그 은행과 거래하던 기업들이 돈을 융통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뱅크런 사태는 경제적으로 대형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 여파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세기 초반 뉴욕에서 발생했던 니커보커 신탁회사의 뱅크런은 경제사적으로 아주 큰 사건이었는데요. 구리를 대규모로 사들여 가격조작을 통한 엄청난 차익을 노렸던 니커보커의 계획이 예상과 다르게 진행됐고 결국 엄청난 손실이 생겼습니다. 이런 사실이 금융계에 알려지면서 1907년 10월 21일 내셔널 상업은행이 니커보커 신탁회사의 수표는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발표합니다. 그러자 니커보커에 자금을 예치했던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뱅크런 사태가 일어납니다. 이 사건이 바로 1907년 공황의 발화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22년이 지나서 미국은 1929년에 다시 대공황을 맞게 됩니다. 21세기 들어서도 세계 곳곳에서 뱅크런은 가끔씩 발생하는데요.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영국 모기지 은행인 노던록 은행 사건, 2015년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상황에 실패하면서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려 하루 만에 약 15억 유로를 인출한 사건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1997년 IMF 사태 당시 종합 금융 회사의 연쇄 부도,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따른 뱅크런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내가 거래하는 은행은 안전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텐데요. 만약 예금 금액이 25만 달러보다 많지 않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방법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예금액 25만 달러 이하의 소액 예금주에게는 전액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서 보상 업무를 관장합니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도 10일 전격적으로 파산하고 폐쇄조치됐는데요. 실리콘밸리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은 13일 이후 25만 달러까지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예금액이 25만 달러보다 많으면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FDIC는 공채증서로 지급하게 됩니다. 은행이 다른 금융기관이나 업체에 비해 안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해도 25만 달러까지는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JP모건 체이스의 워싱턴뮤추얼 파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인데요. 그만큼 시장의 충격이 큽니다. 이번 주말을 지나 다음 주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지, 아니면 증시를 포함한 경제계 전반으로 악영향이 확산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금융계에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연쇄 도산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SVB가 40년 이상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돈줄로 중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김병일 기자뱅크런 은행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뱅크런 사태 은행 고객들